저만 혼인 어이없게 하진 않았네요.

469401No.493772024.03.23 15:47

오늘 유머글에 사례들 보니까 저만 술취해서 처음 만난 여자와 혼인신고를 해봤던 게 아니란 생각이 드니까 위로가 되네요.

저도 스무살 적에 처음 만난 여자랑 혼인신고해서 결혼한 적이 있거든요.

대학 축제기간에 오후1시 이후 수업이 없어서 그 때 부터 모여서 낮술마시고 놀았습니다. 전 그 때 너무 마셔서 필름이 진작 끊겨서 그 때 기억이 아예 없어요.

그렇게 축제기간 끝났고 한 2주 정도 뒤에 보험 때문에 가족관계증명서 발급을 했더니 제가 모르는 여자랑 결혼을 해가지고 부부사이로 등록된 걸 보고 결혼한 걸 알았습니다.

그리하여 그 여자와 연락하고 본인도 가족관계증명서 때보고 결혼된 걸 알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며 사건을 알게 됐습니다. 그 여자는 왜 몰랐냐면 꿈인 줄 알았다고 합니다.

혼인신고를 하게 된 과정은 그 여자도 선배들이랑 술 마시고 놀다가 다른 과 사람들도 섞여서 같이 마시고 놀았는데 그 때 저도 있었답니다.

그렇게 같이 술마시고 놀다가 서로 크레이즈 아케이드 한다는 걸 알아서 pc방가서 게임같이 하기로 했고 pc방가서 크아를 했고 크아엔 프로포즈 결혼이 있는데 이걸 보더니 우리 결혼할까? 제가 그랬다고 합니다.

그랬더니 그 여자는 그럼 크아 말고 실제 결혼하자고 구청에서 쉽게 된데 하길래 좋다고 같이 구청가서 혼인신고를 했습니다. 집에 왜 태극기가 있었나 했는데 그게 혼인하면 주는 선물이더군요.

그리하여 저희는 이혼은 하면 기록에 남고 복잡하니 혼인취소, 무효를 알아보고 변호사랑 상담 및 자문을 구했는데 저희같은 케이스는 혼인취소, 무효가 되지 않기에 이혼을 해야한다고 하더군요.

그렇게 절망하게 됐는데 서로 막 울고 좌절해서 맛이가서 카페에 멍때리고 있었는데 그 여자가 이왕 이렇게 된 거 이상한 애도 아닌 거 같고 음식도 취향 잘맞는데 일단 걍 사겨보자고 했고 그게 이제 15년이 넘었네요.

그 때 결국 부모님 시부모님한테도 혼인한 거 들켜서 상견례도 스무살 때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뭐 그냥 같이 살고 애도 생기고 했는데 이렇게 결혼할 수도 있답니다.

어디 밖에서 얘기하기엔 쪽팔려서 얘기는 안 했는데 꽤나 저런 사례가 있단 걸 보니 저희만 이런 게 아니군요 하며 좀 위안이 됩니다. ㅋㅋ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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